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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문화 生] '반짝거리는 미래의 스타들' 더블케이 연극학교 4기 수료생을 만나다 (인터뷰)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당신은 더블케이 '연극학교'를 아는가.

김수로와 김민종이 만든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이하 '더블케이')는 공연을 만드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고은성, 민경아, 김주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는 물론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대관 등을 하는데 그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전국의 연기 전공 대학생들에게 실전 기회를 제공하는 '연극학교'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평소 대학로에 꾸준한 애정을 표시한 김수로의 힘으로 어느덧 네 번째를 맞았다. 전국의 연기 전공 대학생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실시하는데 공연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대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 대학교에서 최대 2명까지만 선발한다.

이후 선발된 학생들에게 겨울방학 기간 동안 트레이닝과 함께 실제 프로 배우들이 서는 무대와 동일한 수준의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연극학교' 측은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관을 포함해 전액 무료며 수익이 나더라도 더블케이 측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연극학교'를 위해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 '연극학교' 연습 사진 ⓒ더블케이 연극학교 SNS

기존에도 계속해서 신인 배우들을 발굴, 출연시킨 더블케이에서 아예 신인 배우들만의 자리를 제공하는 것. 3기까지는 30명 가량의 인원(1기 37명, 2기 34명, 3기 28명)을 뽑아서 프로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하며 경험을 쌓게 했다면 이번에는 18명(배우 16인, 조연출 2인)의 정예 멤버를 선발했고 '데스트랩', '아가사' 등을 연출한 김지호 연출과 함께 온전히 그들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연극학교' 측에 의하면 "연습은 어디서든 할 수 있으나 대관만큼은 학생들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기에 대관을 통해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재학생보다는 졸업생 위주로 기회를 제공해 졸업 후 바로 배우로 데뷔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차원이 담겨있다고 밝혔으며 앞으로는 대관 기간 자체를 최대 1년 365일 유지해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설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전했다.

 

▲ '연극학교' 연습 사진 ⓒ더블케이 연극학교 SNS

당장 2018년에도 이번 '정의의 사람들' 이후로도 연우소극장에서 4월부터 한 달, 10월부터 세 달의 대관을 잡아뒀다.

'연극학교' 4기는 지난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유명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작품인 연극 '정의의 사람들'로 총 9회차의 공연을 올렸다. 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1905년 모스크바에서 실제 일어난 세르게이 대공 폭탄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다섯 명의 테러리스트들은 삶과 죽음, 사랑과 정의, '실존'하는 것에 대한 고뇌 등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한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 글자나 이념을 넘어 인간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히 담긴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아직 신인같은 풋풋함이 느껴지면서도 이 공연에 쏟은 두 달간의 노력이 엿보이는 순간적인 번뜩임이 느껴졌다.

본지는 28일 낮공연이 끝난 직후 막공의 여운이 남은 듯한 송보근(서경대 공연예술학부), 김양희(용인대 연극학과), 국재민(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심지윤(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여해성(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이현진(용인대 연극학과), 김기붕(호서대 연극학과) 이상 일곱 명의 배우들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방금 공연을 마쳤다. '연극학교' 진행한 소감을 들려달라.

ㄴ 송보근: 다른 모든 배우들, 함께해준 선생님과 배우들께 감사드려요. 좋은 공연에서 큰 배역 받아서 공연 올릴 수 있어서 너무 감개무량하고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고 감사하고 행복했단 말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요.

ㄴ 심지윤: 항상하는 말이지만 여기 와서 처음으로 동료애란 걸 느꼈어요. 이런 마음이 잘맞는 사람들, 연출님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돼고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수로 선생님과 다른 분들께도 너무 감사하단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경기대에서 합격하게 돼서 다른 후배들에게도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선배가 되면 좋겠어요.

ㄴ 이현진: 또다른 동기가 생긴 게 큰 축복이라 생각하고 이 연극이 마무리가 되더라도 앞으로 이 인연을 유지해서 다른 연극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행복했고, 너무 행복하단 말밖에 안나오는 것 같아요. 좋았습니다.

ㄴ 김양희: 전 여기 붙을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공연까지 하게 돼서 굉장히 벅차고 여기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따듯함'인 것 같아요. 그 따듯함 때문에 포기를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족한 걸 정말 많이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좋은 분들이 많아서 이걸 해보지 못한 연영과 학생들에게 꼭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ㄴ 국재민: 저도 처음에 서류 지원할 때 이게 될까 하면서 지원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합격까지 하게 됐는데 두려움이 많았어요. 아는 게 많이 없는 상태였고 그 사람들과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나같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구나 싶어서 놀랍고 다들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지식이 풍부해 배울 점이 많아서 어떻게 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발전할 수 있던 계기인 거 같아요. 이게 끝이기도 하지만 배우로서의 신호탄이기도 해서 이 추억을 원동력 삼아서 계속 배우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다들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ㄴ 김기붕: 이제 이별해야 된다는 게 아쉬워요. 각 학교에서 모인 거잖아요. 근데 그것마저도 신기한 것 같아요. 어떻게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가는데 큰 트러블도 없었고 더 끈끈해진 거 같아요. 지금와서 또 느끼는 건 처음에 원서 쓸때 '살면서 늘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살아왔다'고 적었는데 여기서 또 빚을 지고 나가는 것 같아요.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배우로서 사회인으로서 할 거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해준 모든 분들에게도 정말 고마웠다고 꼭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ㄴ 여해성: 공연 마치고 나니까 제가 여기 이 배역을 위해서 정말 많은 애정을 쏟아서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더이상 이 역할로 연기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고 이 공연으로 저희팀이 끝났다는 게 고문 같았어요. 준비하는 순간들이 무척 동화 같았거든요. 하루 열두 시간 넘게 연습실에 있었지만, 그만큼 한 순간에 몰입해본 적이 제 삶에 없었던 것 같아요. 돈 걱정이나 외부의 다른 문제 없이 이 배역을 위한 연기만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동화 같은 시간들이어서 이 동화가 끝나간다는 게 무척 슬프고 고문처럼 느껴져요.

'연극학교' 함께하며 좋았던 점이나 힘든 점. 대학 수업과의 차이점 등 다음 5기 학생들을 위해 할 이야기가 있다면.

ㄴ 김기붕: 아침에 일어나는 거요(웃음). 저희가 아침 8시 50분에 모이기로 했는데 평소에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일찍하지 않으니까, 처음엔 적응 안돼서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런데 좋았던 점은 그게 적응돼서 생활이 되니까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꽉차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 배워보는 게 많았어요. 김수로 선생님이 정해주신 여러 수업들 중 학교에서 해보지 않았던 걸 많이 해봐서 그게 참 많은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특히 저는 몸쓰는 데 관심이 많아서 '스테이지 무브먼트'란 수업이 있었는데 무술이나 그런 걸 통해 배우들의 중심을 잡게 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게 지금도 많이 도움된 것 같아요.

ㄴ 심지윤: 힘들었던 거라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게 무척 힘든 친구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저는 집이 가까운 편이라 오는데 크게 부담없었는데 멀리사는 친구들은 거의 열두 시간 넘게 연습실 있다가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면 또 아침에 오는 게 두 달 반이 지속되니까 그게 힘들었고 연습과정에서 힘들었던 건 적었던 거 같아요. 연습 자체가 너무 좋았고 연출님의 힘이 너무 컸다고 생각이 들어요. 학교랑의 차이점은 아무래도 이건 김수로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건데 '연극학교'는 '연기의 숲'에서 지낸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게 아무래도 열두 시간을 다 연기만 하는 건 아니어도 어쨌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시간을 채운다는 게 학교와의 차이라기보다 방학 시즌에도 얻는 큰 수확이 아닐까 싶었어요.

ㄴ 국재민: 음향도 직접 저희가 녹음한 것도 많았고요. 중간 중간에 장치들을 저희가 직접 만들기도 하고요. 의상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걸 가지고 오니까 무대는 저희가 만든게 아니어도 그런 부수적인 걸 만들면서 공연을 다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있던 거 같아요.

ㄴ 김양희: 어쨌든 오디션을 보고 들어온 친구들이니까 하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잘 뭉치고 잘 보이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랜 시간 만나면서 거기서 나온 에너지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던 것 같아요. 누가 너무 힘들어해도 주변에서 같이 도와줬고요. 김수로 선생님, 김지호 연출님이 많은 사랑을 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하게 된다면 너무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정말 자비 부담 없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라서 그만큼 더 열심히 하고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던 거 같아요. 너무 짧지만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뜨거웠던 겨울인 것 같아요.

▲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심지윤, 김양희, 국재민, 여해성, 송보근, 김기붕, 이현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송보근: 저는 지금 당장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요.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부족한 점을 깨달아서 그걸 채워 좋은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고요. 큰 꿈이 있다면 저는 꿈을 높게 잡아서 전 세계에서 30억명은 아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인터넷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ㄴ 심지윤: 전 이걸 하면서 배우에 대한 꿈이 더 확실해진 것 같아요. 굵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고 지금 조급함을 가지기보단 멀리 보고 싶어요. 훗날 절 보는 모든 분들이 '역시 심지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ㄴ 이현진: 저는 이번 '연극학교'에서 트레이닝이나 연기적으로 배운 것들, 동료들과 하며 느낀 걸 토대로 학교에서도 학교 공연도 좀 많이 하고 싶고요.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이런 연극을 한번 더 올리고 싶은 목표가 생겼어요. 원래는 영화나 그런 쪽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연극학교'를 통해 연극의 즐거움이나 무게를 많이 느꼈기에 그걸 한번 더 겪고 싶고, 마음같아선 이 친구들과 한번 더 공연을 올리는 게 바람입니다.

ㄴ 김양희: 저는 재학중이라 바로 복학해야 하는데 이젠 학교 생활에 또 충실해야 하고 학교에서 많은 걸 배우고 졸업하고 나서는 연극을 하고 싶어요. 연극읋 하니까 살아 숨쉬는 것 같아 정말 멋지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소박한 꿈이지만 '연극학교'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과 한번 더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ㄴ 국재민: 저는 이제 기회만 된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다른 연극을 올리고 싶고요. 연극이란 게 저를 배우로서, 혹은 인간 국재민으로서 얼마나 도움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연극을 해야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고요. 목표는 올해 안에 연극을 한 편 더 올리는 겁니다. 길게 본 목표는 35세 전에 대극장 주연을 해보고 싶다는 게 목표에요. 제 자신을 계속해서 트레이닝했으면 좋겟어요. 쉴 땐 확실히 쉬더라도 할 땐 열심히 하면서요(웃음).

ㄴ 김기붕: 전 아까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걸 갚으며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 개개인의 감정 뿐만이 아니라 내가 도움 받은 거처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연기든 다른 거든 그런 꿈을 가졌습니다. 연극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그게 내가 빚을 갚아지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ㄴ 여해성: 일단 이번 연극학교를 마치고 3일 내에 다른 친구랑 다른 작품을 하기로 했어요. 빨리 이곳에서 얻은 행복한 감정을 벗어나야 쉬면서 힘들지 않을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목표는 학기와 방학마다 해서 작품을 일년에 네 편씩 올려서 서른이 되기 전까지 '프로 배우' 여해성이 나오는 연극은 재밌다. 잘한다 이런 말을 듣는 게 목표에요.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빨리 제 할머니에게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지컬 등 타 매체에 비해 연극은 상업적인 배우로서 성공하는 길이 무척 제한적이었다. 이번 '미투 운동' 관련으로 유독 많은 이들이 연극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많은 지원 제도가 존재하지만, 그 역시도 대부분 최소한의 경력 이상을 쌓은 이들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신인 연극 배우'의 존재는 무척이나 소중하다. 좋은 작품만큼이나 좋은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기반이 될 배우 풀을 넓혀가는 '연극학교'의 노력이 폐쇄적인 도제식 극단 시스템의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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