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미투' 그리고 한 달.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명행 성추행 폭로로부터 시작돼 '이윤택 성폭력 사태'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발화한 한국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은 한 달째를 맞아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개개인이 구체적인 사건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가해자들의 추악한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약 3~40명 정도 가해자들의 대응은 한결같았다. "난 그런 적 없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등의 반응과 함께 피해자에게 협박, 합의 등을 권유하며 사건을 축소시키기 위해 회유했던 일들도 벌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하다가도 추가적인 폭로가 이어지면 "그런 적 있는 것 같다"로 바뀌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남궁연, 배병우, 오달수, 조재현, 조민기 등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매체 등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린 유명인들은 물론 5일에는 JTBC 뉴스룸을 통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폭로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희정 도지사는 즉각 반박했으나 6일 SNS를 통해 반박 내용은 비서실의 잘못이며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도지사를 사퇴한다고 전했다.
▲ ⓒ안희정 도지사 SNS
이 과정은 대한민국이 가져온 '성장'이란 가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과도 같다. 예컨대 배우나 스태프들은 '자신이 이 공연을 망치게 될까봐' 두려워 피해를 입고도 참고 견뎌내곤 했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극단 대표, 대학 교수 등인 것도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성장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을 도왔어야 할 '멘토'들이 역할 이상의 권력을 가지게 되며 타락하게 된 것이다.
한편, '미투' 관련 보도에 꼭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피해자 프레임'이다. 우리 사회의 '피해자 프레임'은 굉장히 강력하다. 성폭행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피해자인데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거나 '피해자가 조심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쉽게 피해자를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투'의 영향은 긍정적이다. 연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피해자들은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은 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미투(#Me 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가 진행됐다. '이윤택 성폭력'의 피해자 16명들이 101명으로 구성된 공동변호인들과 함께 2월 28일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내는 자리였던 것.
▲ ▲ ⓒJTBC 뉴스
'미투(#Me 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기자회견에도 참여한 한 연출가는 이윤택 성폭력 관련으로 주목받는 와중에도 공식석상에 참여했다.
지난 2일 열린 서울시극단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에 참석해 선배격 연출로서 자리에 참석한 작가, 연출가들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들의 집요한 관련 질문에도 "불필요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등 '피해자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긍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멀다. 언제까지 실명 보도의 부담감을 안은 채 용기있는 개인의 희생을 바랄 순 없다. 그녀들이 당당히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법' 폐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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