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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다양한 연극 실험 만나볼 수 있는 '서치라이트' 개최

ⓒ서울문화재단

[문화뉴스 MHN 길민종 기자] 서울문화재단 산하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8일 간 '서치라이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서치라이트'는 미완성인 공연의 제작 과정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과 공유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이며, 지난 12월 한 달 동안 투고된 총 75편의 작품 중 최종 8편이 각각 하루씩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서치라이트'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낭독공연 3편, 쇼케이스 3편, 리서치 2편으로, 창작 과정에서의 아이디어와 그것이 무대화되는 과정을 관객들과 공유함으로써 예술가와 관객, 기획자가 모두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일반적인 발표 형식과 달리, 관객의 존재가 창작 단계에서 공연의 발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프로그램 첫날에 소개되는 낭독공연 '왕서개 이야기'는 극작가 김도영의 희곡으로,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왔던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20세기 초 일본군의 만주 상륙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보여 준다. 인간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과 오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번째 공연 '구구구절절절하다'는 1인 창작단 매머드머메이드의 김은한 작으로, 거창한 무대 장치 없이 간단한 소품들과 출연자의 말만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한국의 전통 민담과 재담을 추적하며 아이디어를 얻은 이 공연은 이야기로만 진행되는 공연이 어떻게 극장 안에서 실현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 준다.

 

쇼케이스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스튜디오 나나다시에서 선보이는, 연극인들이 전면으로 다루지 않으려 했던 '예술가의 가난'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도스토옙스키와 고리키의 '가난한 사람들', 윤동주의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원전으로 삼았으며, 토론이나 게임을 통해 관객들이 무대와 동화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영자씨의 시발택시'는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영자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평범한 여성이 '누군가의 아내', 혹은 '누군가의 엄마'로 규정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열망에서 출발했다. 연극 배우로 시작해 연출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 박주영의 첫 희곡으로,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리서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코끼리'라는 소재를 통해 하나로 엮어냈으며,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작가 겸 연출 김민주의 개성적이고 독특한 발상들이 우화라는 방식을 통해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진다.

 

쇼케이스 '아무튼 살아남기 : 여캐가 맞이하는 엔딩에 대하여'는 최근 여성 서사에 대한 탐구를 활발하게 진행해 온 프로젝트 고도의 신작이다. '살아남는' 삶과 '살아가는' 삶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일명 '미연시'로 불리는 연애 시뮬레이션의 형태를 빌려 2019년의 현실을 살고 있는 관객들과 고민을 나눈다.

 

'생존 3부작'은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낭독공연으로, 중견 극작가 윤지영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인간 실존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 소개되는 '삼고무'는 전통과 창작, 저작권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무용, 나아가 순수예술이 현대에 전통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은 이세승은 단순히 최근의 논란을 다루는 것을 넘어 관객들과 진지한 의견을 함께 나누기를 희망한다.

 

'서치라이트'는 화, 수, 목,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진행되며, 예매는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