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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최샘터의 모모테이블] 공감할 수 있는 사랑 그림을 그리는 작가 gogumA(고구마)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최샘터]

Art? 예술?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들이 만든 창작물들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다양한 방면으로 침투해 있다.

[최샘터의 모모테이블]에서는 매주 가능성 있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 작품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알아보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말 그대로 예술이 모모?하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그림'을 주제로 그림을 만들고 있는 김경인 (예명: 고구마)이라고 합니다.

작가라는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ㄴ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기보단 그림으로 인해 다시 살 수 있게 돼서 그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군 복무 생활을 하던 도중 다치게 되어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라는 희귀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병으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대략 반년 이상을 집~병원만 왔다 갔다 하는 신세를 지면서 정신도 많이 피폐해진 상황이었고, 지금 당장 세상을 떠나도 아무런 미련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나름 미술학도라고 할 줄 아는 것은 그것뿐이라 컴퓨터를 가지고 조금씩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던 중 SNS에 그림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좋아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나는 혼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다 끝나겠지 싶었는데…' 너무 행복하고 나에게 이런 감정을 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운 목표가 매일같이 '하루에 하나의 그림을 업로드하자!'였습니다. 저는 이 목표를 거의 지켰고 처음보다 더 많은 행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그림을 만드는 게 행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들고 하기 싫을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저의 행복’은 제 그림을 보며 행복해하고 칭찬해주시는 대중의 사랑입니다. 저는 제 그림을 통해 그 행복을 얻고 다시 그 행복을 대중에게 돌려 드리고 싶어 그림을 만듭니다.

저를 살게 해준 사람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작품들을 그릴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ㄴ 저는 주로 가요에서 많이 가져옵니다. 대중가요의 소재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소재로 삼다 보니 거기서 많이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가수가 슬픈 노래를 부르면 영감을 받은 그림도 슬프고 우울한 느낌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가사말을 계속 읽어보면서 제 나름대로 상상하며 이미지를 추려내기도 합니다.

가령 '귀를 녹이는 말'이라는 가사가 있다면 귀를 녹이는 말은 사랑해~이고, 이것을 이미지로 옮기는 형식으로 만들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이 머릿속으로 만 창작을 하려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릴 뿐 더러,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을 잃기 쉬워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것은 대중들뿐만이 아니라 현재 중진 작가분들의 마음속에도 깊이 박혀 있습니다. 심지어 대중들의 문화는 하위문화이며 자신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상급 문화라는 흑백논리를 주장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시계획이나 장기적인 활동이 궁금하다.

ㄴ 저는 대중을 위한 그림을 만들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가를 구분해서 이야기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조금 더 대중에게 친화적인 느낌이라면 작가는 갤러리에 그림을 걸고 교양과 철학에 대해 논해야 되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것이 싫습니다. 대중들에게는 그림을 향유할 권리와 본인들 이상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전시는 갤러리뿐만이 아닌 SNS, IT 업체의 소스, 굿즈 등 갤러리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그림보다 넓은 의미의 그림으로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작업뿐만이 아니고 대중문화에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대입시켜 사람들이 예술은 ‘사치품’이 아닌 ‘기호품’으로서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들에서 준비 중에 있으며 그에 발맞춰 준비해 나갈 생각입니다. (끝)


▲ 내 귀를 녹이는 말
▲ 매번 다른 색의 사랑
▲ 첫 눈에 반한

▶ 주요 작품 소개

내 귀를 녹이는 말

우리는 연인끼리의 표현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그 달콤한 말을 귀에다가 가까이 속삭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너무 달콤한 나머지 사르르 녹고 말 겁니다. 저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을 해보진 못했지만 언젠간 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매번 다른 색의 사랑

한 사랑이 끝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사랑이 찾아옵니다. 그런 각각의 사랑은 하나같이 개성 있고 아름다운 색을 뽐냅니다. 저번 사랑이 상큼하고 발랄한 노란색이었다면 이번 사랑은 핑크색인데 뭔가 사랑스럽고 달콤한 느낌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랑들은 서로 다른 색에 비유할 수 있으며 1점 투시를 기반으로 마치 새로운 사랑의 통로를 지나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다가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을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커피값도 전부 계산하고 신나게 그림 이야기를 할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첫 눈에 반한

그렇게 커피숍에서 처음 뵈었는데 순간 하얀 눈이 얼굴에서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핏기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하얀 얼굴은 제가 태어나서 첫눈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모습과 오마주 되었습니다. 이야기하는 내내 하얀 그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눈으로 계속 담아 두었습니다.

그래서 눈 가운데 눈이 있는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중의적 표현으로 제가 겪었던 두 가지 하얀 행복을 동시에 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