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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생계형 킬러들의 이야기? 연극 '그녀들의 첫날밤'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2018년 2월 연극 '그녀들의 첫날밤'으로 새해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가을 '종이로 만든 배 단막극전'에서 관객들을 만났던 연극 '그녀들의 첫날밤'은 혐오와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그러한 상황에 놓여진, 놓여졌을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생계형 킬러들과 의뢰인의 만남에서 계속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미스터리한 상황과 함께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그렸다.

작은 원룸, 방음도 부실한 이곳에 두 여자가 있다. 생계형 킬러로 살아가는 이들은 아이를 키우고 공과금을 걱정하고, 부실이 난무하는 업계 현실을 통탄하기도 하면서 열심히 킬러의 업무에 매진하고자 한다. 비밀유지가 신뢰의 시작인 이들에게 한 여자가 찾아온다. 우연히 보게 된 남자의 휴대폰에서 시작된 의심과 두려움은 결국 이곳 원룸 화장실에 남자가 감금당하게 만들었다. 의뢰인과 두명의 킬러가 함께 하게 된 그 날 밤 나누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면서 오랜 시간을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극 '그녀들의 첫날밤'의 무대에서 관객이 목격하는 폭력의 실체는 매우 모호하다. 킬러들 조차도 공과금과 자녀 교육문제가 더 우선해보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건의 가해자면서 과거 혹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피해자기도 한 등장인물들은 매우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극작가 김나연은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혐오와 폭력을 평범해 보이는 인물과 지금이라는 배경을 통해 그리고 있다. 극중 사건의 발단 역시 모두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에서다.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촉발된 의심이 납치까지 이어진 것 저럼 연극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각자의 사연들이 쌓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의심하고 그 의심을 의심하는 미스터리한 상황 속에서 연출가 김형용은 가벼운 유머와 묵직한 의심을 놓치지 않는 블랙코미디를 만든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는 '내 아이에게',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와 같이 매년 한국사회의 지금을 담아내는 참신한 이야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차별과 혐오,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함께 하고자 한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연출가 김형용은 극단 대표인 연출가 하일호를 잇는 젊은 연출가로 이미 연극 '로드시어터', '초능력자(Григорий Израилевич Го-рин)'를 통해 남다른 시선과 감각 있는 연출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바 있다. 극작가 김나연과 함께한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시선과 연극적 언어로 '여성 폭력'이라는 주제를 의심스러운 블랙 코미디로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그녀들의 첫날밤'에서도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단원인 김보경, 김현주, 김진희, 이건희가 함께 한다. 연기자 김보경은 연극 '내 아이에게'의 주요 내레이터인 엄마로 등장해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잡았던 바 있다. 이어 '권력을 맞서 진실을 외쳐라'에서도 인권운동가의 강력한 모습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8년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첫번째 작품인 연극 '그녀들의 첫날밤'은 오는 8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진행된다. 공연 문의는 종이로 만든 배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