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국민적 관심이 평창올림픽에 쏟아진 이 때, 강원도 곳곳에서 함께 열리는 문화올림픽을 통해 경쟁으로 과열된 마음을 잠시 식혀보면 어떨까.
그중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전통극 초청공연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올림픽 개최국 간의 지속적인 교류 및 문화 협력을 확대하고자 기획된 공연이다.
대한민국의 얼과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 '아리랑'의 본 고장 정선에서 6일간 펼쳐지는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는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유사한 문화권에서 일정 부분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는 3개국의 문화가 만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의 첫 무대는 지난 10일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선사하는 '아리 아라리'가 장식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경복궁 중수를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정선 떼꾼들의 여정을 담은 '아리 아라리'는 떼꾼을 아버지로 둔 정선 산골의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전 연령층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족과 고향의 소중함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다채로운 공연 요소로 이목을 집중시킨 '아리 아라리'는 '파퓰러 퍼포먼스' 장르의 공연으로, '파퓰러 퍼포먼스'는 드라마틱한 극적 흐름을 중심으로 '정선 아리랑'을 기반으로 해 고안된 신개념 장르다. '아리 아라리'는 음악, 무용, 영상 등의 다채로운 장르가 어우러진 '파퓰러 퍼포먼스'로 언어 이해의 부담을 줄여 국적과 연령을 불문한 모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아리 아라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24명의 배우들을 비롯한 86명의 대규모 공연진들은 재창작된 창작 아리랑을 비롯해 목도 소리, 사시랭이, 지게 춤 등 정선의 전통 소리를 춤과 타악, 영상 등을 차용해 풀어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등과 연극 '짬뽕', '매직룸'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윤정환 연출은 특유의 재기 발랄함으로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극 구성을 통해 공연 내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이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아리랑'의 원조인 '정선 아리랑'의 고장인 정선에서 공연되는 '아리 아라리'는 한국 전통 문화의 얼과 정신을 오롯이 담아낼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두 번째는 일본을 대표하는 장르인 '노가쿠'인 '하고로모'가 지난 12일 공연됐다.
예로부터 신과 통할 수 있는 의식에서 공연 장르로 발전한 '노'는 일본 내에서도 극소수의 배우들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신성시되는 공연 장르다.
일본 국내에서도 '노'를 위해 건축된 전용 극장에서만 관람 가능할 정도로 일본 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담아낸 공연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동아시아 3개국이 민간예술 교류를 통해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된 '한중일 올림픽 컬처로드' 전통극 초청공연에서는 60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KANZE SCHOOL'이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현지에서도 전용 극장 외에는 쉽게 접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KANZE SCHOOL'은 '노'와 '교겐'이 결합된 '노가쿠' 공연으로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를 무대 위에 수 놓았다.
특히, '하고로모'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선녀와 나무꾼'과 유사한 전개를 가진 어부와 선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재로 해 국경과 시간을 초월해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 번째는 동서양 문화를 절묘한 밸런스로 표현한 중국 전통극 '예극' 장르의 '미스 줄리'가 지난 14일 공연됐다.
중국 현지에서 서민들의 생활을 오롯이 담아낸 전통극 장르로 사랑받는 '예극'은 명나라 말기에 시작돼 현재까지 공연되는 장르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전통 문화 예술이다.
이번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에서는 스웨덴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자연주의 작품을 중국 허난성 지방의 전통극인 '예극'으로 재해석한 '미스 줄리'를 선보였다.
'예극' 특유의 호방함과 강렬한 리듬, 뚜렷한 캐릭터와 원작이 가져다 주는 안정적인 스토리 전개로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일 '미스 줄리'는 특유의 예술적인 매력으로 중국을 넘어 한국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특히, '미스 줄리'를 공연하는 '중국희곡학원'은 중국 국내에서 중국 전통 예술 계승자로 손꼽히는 아티스트를 배출한 유명 예술 학교로 인정받는 공연팀으로 수준급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끝으로 지난 16일에는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전통극 초청공연'의 마지막 무대로 한국,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국의 배우들이 빚어내는 연극 '햄릿_아바따' 가 올랐다. 한일중 3국의 배우들이 협연하는 연극 '햄릿 아바따'가 전통극 초청공연의 말미를 장식하며 진정 3국의 화합의 무대를 선보인 셈이다.
이번 '햄릿_아바따'는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예술감독이자 서울예대 교수와 극단 서울공장 예술감독인 임형택 연출이 다시 한 번 공연을 진두지휘하며 고전의 자유로운 해석을 꾀함과 동시에 일본 SPAC(Shizuoka Performing Arts Center)의 주연 배우인 타키 미키, 중국의 국가경극원 1급 배우인 까오 무 츈과 유명 배우인 왕 샤오 옌을 캐스팅해 극단 서울공장 배우들과 함께 밀도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해외 배우들은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사전에 입국해 연습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햄릿 아바따'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원작으로, 기존에 널리 알려진 '햄릿'의 등장 인물들을 대표하는 영혼(아바따)을 무대 위에 등장시켜 고전이었던 시점을 현대로 옮겨와 현대의 삶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재고를 담은 작품이다.
원작인 희곡 '햄릿'에서는 볼 수 없었던 춤과 음악을 통해 다채롭게 표현해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성과 흥겨움을 오롯이 전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공연 말미에는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전통극 초청공연에 참가했던 3국의 전통 공연의 하이라이트 무대로 진정한 동아시아 3국의 문화 화합을 선보였다.
임형택 예술감독은 "한국, 중국, 일본이 같이 손잡고 발로 뛰며 하는 게 진짜 콜라보 아닐까 해서 새롭게 제안했다. 사실 세 나라 배우가 섞이니까 쉽지는 않다. 초연과 다른 새로운 씬들도 만들어졌다."며, "배우들 역시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가 아니었다면 섭외가 쉽지 않은 유명 배우들 인만큼 수준 높은 무대를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고 그에 걸맞는 공연을 완성시켰다.
한편, 전통극 초청공연에 이어 한일중 3국의 문화로드 구축 마련과 3국 간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보는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문화동행포럼 2018, 정선' 은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한일중 문화협력의 길을 걷다' 라는 주제로 하이원리조트 컨벤션호텔에서 개최되며, '아리아라리'는 20일과 3월 1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특별공연을 열고 이후 4월부터는 정선 오일장이 열릴 때마다 아리랑센터에서 상설공연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오는 18일까지는 공연 외에도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 아카이빙 전시회'가 열려 각 지역 문화재단의 교류 자료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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