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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문화 人] 라민 카림루-애나 오번 "45인조 오케스트라로 '오페라의 유령' 못지 않은 감동 전할 것" 인터뷰

▲ 라민 카림루-애나 오번ⓒ블루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배우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와 애나 오번(Anna O'Byrne)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2일부터 6일까지 총 7회차 동안 열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에 참여한다. 이번 콘서트는 특별하게 두 가지 컨셉트로 열리는데 2일 공연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명곡들을 한데 만나는 갈라콘서트인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콘서트'로, 4일부터 6일까지는 최고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의 전곡을 만날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로 열린다.

라민 카림루와 애나 오번은 그 중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에서 주역인 '팬텀'과 '크리스틴 다에'를 맡아 활약할 예정이다.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는 그외에도 이안 존 버그, 앤더스 솔먼, 아멜리아 베리, 타비소 마세메네, 정영주, 노지현 등이 참여해 단순히 노래만 전해주는 게 아니라 대사나 영상까지 활용해 실제 공연을 한 편 보는 것 같은 콘서트를 선보인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2일 열린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콘서트'에서 등장해 화려한 무대를 선사했다. 애나 오번은 고은성과 함께 뮤지컬 '선셋 블라버드(선셋대로)'의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며 눈길을 끌었고 라민 카림루는 '러브 네버 다이즈'의 'Til I Hear You Sing'을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오랜만에 한국에 선보일 '오페라의 유령'의 두 주역과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자.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끝난 소감이 궁금하다. 다른 공연하고 다른 점은 없었는지.

ㄴ 애나 오번(이하 애나): 한국에 처음 와서 한국 관객의 반응을 처음 느껴봤는데, 즐겁게 관람해주셔서 좋은 경험이었다.

ㄴ 라민 카림루(이하 라민): 한국에 와서 공연하면서 느낀 건 한국 배우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서 크게 놀랐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이어 한국은 세 번째로 크게 성장하는 뮤지컬 시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한국 관객들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크게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에서 오페라의 유령 전곡을 들려줄 텐데 실제 뮤지컬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하다.

ㄴ 라민: 일단 뮤지컬 공연이랑 표현하는 방식에서 달라진다. 세트나 의상 없이 표현된다. 표현 방식에 있어서 뮤지컬 상연을 한다기 보다는 콘서트로써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축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기존에 좋아했던 공연을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축하해주는 자리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관객분들께서는 소품이나 의상 같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상상력을 자극시켜 더 큰 감동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랑 처음 작품을 시작하게 된 작품은 무엇이고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뭔지.

ㄴ 애나: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지금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이다.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서는 호주에서 크리스틴 역을 했던 '러브 네버 다이즈'다. 그때 가장 웨버와 가깝게 했었고 처음부터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작업을 했던 때는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언더스터디로 참여했을 때다.

ㄴ 라민: 처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작품을 시작한 건 21살, 22살 때 쯤이었다. 뮤지컬 '선셋 블러바드' 의Artie Green역을 맡았었다.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선셋 블러바드'와 '오페라의 유령'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참여했기 때문에 또 참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애나랑 이 콘서트에 참여하면서 그 때 가지고 있던 열정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적절한 시기만 맞으면 어떤 장소에서도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어제 콘서트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노래도 불렀는데 '유다' 역할도 하고 싶다.


언제 콘서트 제안을 받았는지, 스케줄 조정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ㄴ 애나 : 처음 콘서트 제안을 받았던 건 2월 정도였다. 공연이 끝나고 호주로 돌아가서 공연이 있어 리허설에 참여를 해야 한다. 제안을 받았을 때, 라민이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 축하공연이라고 들었을 때 고민할 것 없이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ㄴ 라민: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런던에서 논의하던 배역이 있었는데 이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다가 애나가 참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이 공연 자체가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다시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고민을 했었다. 정식 뮤지컬이 아니라 콘서트기도 하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축하하는 자리기 때문에 (하기로)결정했다. 2015년 한국 콘서트 때, 팬들한테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했었다. 사실 작년에 콘서트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서 그 부분에 있어서도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애나와 계속 엇갈렸었는데 애나와도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인 것 같아 결정하기가 쉬웠다.


2일에 함께 공연한 한국 배우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가 있는지.

ㄴ 애나: 누구를 꼽아서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일단 한국 배우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고 굳이 말씀드리자면 정선아, 마이클리 배우가 부를 때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팬텀싱어' 분들도 저런 대단한 가수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ㄴ 라민: 정말 누구 한 사람 꼽기가 너무 어렵다. '포레스텔라' 배우도 좋았고 노래를 다 잘하지만 각각 개성도 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화합을 잘 낸다는 것에 놀랐다. 정선아 배우는 아름다운 훌륭한 배우고 마이클리가 세계적인 배우인 점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이클리가 가진 톤, 성량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그의 자질을 높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또 차지연 배우나 김소현 배우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배우들이 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훌륭한 노래를 해냈기 때문에 함께 듀엣을 해보고 싶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또 김소현 배우의 크리스틴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ㄴ 애나 : 일단 김소현 배우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보고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이 다 잘해내는 모습을 보면 배우로서 더 자극 받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소현 배우는 너무 아름다웠다. 브래드 리틀과는 대만에서 함께 공연 했었는데 너무 반가웠다. 김소현 배우가 부르는 모습은 색다르게 느꼈다. 또 한국의 첫인상은 한국인들이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본인이 부른 넘버 외에 아끼는 넘버나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넘버를 꼽자면.

ㄴ 라민: 제일 중요한 노래는 'Point of No Return'이다. 그 순간이 극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순간이다.

ㄴ 애나: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이다. 그전에 나오는 노래는 팬텀, 라울과 조합을 이뤄서 부르는 노래라 혼자만의 감정을 표현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데 이 곡에서는 크리스틴이 홀로서기를 하면서 온전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 장면은 '팬텀'의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는 장면이다. 크리스틴이 노래를 부르진 않지만 웅장한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좋다.


▲ 라민 카림루-애나 오번ⓒ블루스테이지

콘서트 출연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시차 적응은 어떻게 하고 있나.

ㄴ 라민: 한 일주일 정도 잠을 못잔거 같은데 들떠서 그런 것 같다. 잠은 못 잤지만, 공연 자체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건 없다.

ㄴ 애나: 한 가지 굳이 말씀 드리자면 라민이 매일 운동 같이 가자고 해서 그 점 때문에 따라가기가 참 어려운데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잘 살아 있다(웃음). 그 점만 빼면 좋다.

ㄴ 라민: 한국에 크로스핏 짐에 가고 싶었는데 공연 마치고 월요일에 비행기를 타는데 그 전에 시간이 빈다면 가보고 싶다.


라민은 한국에 여러 번 왔었는데 애나에게 한국에 대한 팁을 준 게 있나. 한국에 들려보고 싶은 장소나 일정이 있는지.

ㄴ 라민: 이전에나 지금이나 한국에 오면 호텔 - 리허설 – 공연 이렇게 완전히 꽉 차 있는 일정이라 가본적이 없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코엑스에 갔었는데 쇼핑몰이 있고 옆에 카지노가 있고 절이 있다는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때 절에 한번 가봤다.

ㄴ 애나 : 맛있는게 먹고 싶다. 사람들 줄이 긴 곳을 보면 들어가고 싶고 절 같은 곳에 가보고 싶다.


세계적인 배우로서 일년 내내 늘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힘들진 않나.

ㄴ 라민: 스스로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불만이랄까 그런 걸 가질 순 없을 것 같다. 본인이 원하던 일을 하고 성취하려 하다보면 다른점에선 희생해야하는 게 있기에 자유시간,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는 점은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 성취감을 느끼는 목표가 생겨서 그런 아쉬움은 상쇄되는 것 같다.

ㄴ 애나: 배우로서 급하게 일이 이뤄지고 여기저기 다니고 스케줄이 일정치 못한 것에 대해선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그 부분에선 배우 스스로 준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이 있으면서도 어떤 일이 발생해도 배우의 자세로서 임하려 한다면 아쉬운 면에 있어선 생각하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뮤지컬 배우가 되는 과정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영향이 있었는지.

ㄴ 애나: 시작 했을 때부터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시작했다. 이후에 오페라 쪽에서도 일을 했고. 작품을 참여하게 된 게 '러브 네버 다이즈'였다. 처음부터 영향을 받았고 주요 메인 무대를 런던으로 가게 된 것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공이 컸었고 그의 도움 덕분에 쉽게 이동했다. 또 '우먼 인 화이트' 리바이벌 공연에 참여하는 등 지대한 영향을 받은 중요한 인물이다.

ㄴ 라민: 앤드류 로이드 웨버 작품에 워낙 많이 참여했었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 웨버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보다는 그 작품의 창작진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공연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영감 같은 것.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라 작품에 참여하며 받은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우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음악으로만 접하고 익숙한데, 웨버가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ㄴ 라민: 친구에 대해 잘 말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의 가족과 저녁식사할 때였는데 그땐 정말 평범한 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ㄴ 애나: 뭔가 고민하고 생각하며 새로운 걸 만드는 사람이기에 그와 작업하고 이야기하다보면 자신도 생각을 새롭게 하게 만드는 사람인 것 같다.

ㄴ 라민: 유머러스하다.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


세계적인 배우인데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좋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자질이 있다면?

ㄴ 애나: 지금까지 일하며 가장 마음 속에 두고 있던 건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잡을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였다. 일하면서 분명 운도 크게 작용하지만 그 운이 자기에게 왔을 때 그걸 잡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그전부터 노력을 해야하고, 잡은 뒤에도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ㄴ 라민: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이 뭘 모르고 있고 부족한 지 깨닫고 그걸 계속 조사하며 발전시키는 자세인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를 가는 관객의 입장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는게 좋을지 궁금하다. '난 라민 카림루와 애나 오번이 나오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는 거야'라고 생각해도 좋을까?

ㄴ 라민: 공연이 준비된 자체가 그를 축하하기 위한 공연이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러 온다기보단 축제의 장이란 마음으로 오면 좋을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의 무대를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본 공연에서 받을 수 있는 감정이나 감동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본 공연에서 나오는 세트 소품 등이 없기에 관객이 직접 상상하며 봐야 하기에 그런 면에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정식 뮤지컬을 보게 된다면 콘서트 때와 다른 경험을 받게될 것 같다.

ㄴ 애나: 지금도 오케스트라가 연습하고 있지만(*인터뷰 당시 오케스트라가 연습 중이었다) 그 어떤 공연을 가셔도 이런 45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보기 어려울 거다. 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게 돼서, 한국의 연주자들이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그걸 같이 하게 돼서 기쁘다. 웨버의 음악을 말씀드리자면 '오페라의 유령'을 예로 들면 샹들리에, 의상, 소품 등이 유명하지만 음악만으로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어떤 공연을 이야기하더라도 CD만 틀어놔도 작품의 여정을 함께 느끼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큰 차이점이 될 것 같다.


애나와 라민은 처음으로 둘이 만나서 작업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ㄴ 라민: 애나를 처음 만났는데 오랜 시간 알아온 사람처럼 합이 잘 맞았고 서로 다른 프로덕션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각자 주장하지 않고 잘 맞춰가고 있다. 합이 잘 맞는 배우와 일하는게 너무 즐거운 일이다. 애나와 작업을 기쁘게 하고 있다.

ㄴ 애나: 라민을 생각하면 '팬텀' 역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연기를 할 때 매번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놀라운 점이다. 라민이랑 일 하면서도 Fresh한 기분으로 작업하고 있고 그가 가지고 있는 연기 기술이라던가 열정을 많이 배우고 있다.


과거 이야기를 하자면, 라민은 영화 '레미제라블'에는 왜 참여 안 했었나. 당시 팬들이 출연을 기대한 것으로 아는데.

ㄴ 라민: 그 때 당시에 '러브 네버 다이즈' 웨스트엔드 공연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른 작품이지만, '오페라의 유령' 영화가 나왔을 때는 라울 역을 하고 있었고. 영화에도 아버지 역할로 잠깐 출연했다. 그런데 출연한 시간보다 영화 끝난 뒤 크레딧에 이름 올라가는 시간이 더 길었다(웃음).


그렇다면 라민은 영화 등 뮤지컬 외의 작업에도 관심은 있는 것인가?

ㄴ 라민: 있다.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뮤지컬 뿐만 아니라 영화, TV 드라마 등 다양한 기회가 온다면 얼마든지 참여 하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에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라민은 두번째 내한인데, 한국 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지.

ㄴ 라민: 방문했을 당시에 뮤지컬이 아닌 밴드와 함께 왔었다. 그때 보여드렸던 첫 곡이 컨트리 음악이었다. 사실 그 곡을 준비하며 한국 관객들이 이런 곡을 좋아해줄까 고민했는데 공연 시작하자마자 열띤 호응을 해주셨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호응을 이어주셔서 감사했다. 한국 팬들의 음악의 열정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 관객들이 공연중에 보여주셨던 열정은 전 세계 어디를 가서라도 잘 볼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감사했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2일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서 '선셋 블러바드'가 비중이 큰 공연이었는데 라민은 인연이 있었고 애나는 고은성 배우와 듀엣을 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선셋 블러바드'가 한국에서 공연된다면 어떤 공연으로 소개하고 싶은지.

ㄴ 애나: 고은성 배우는 너무 훌륭한 배우고 연습을 할 때부터 정말 즐겁게 작업을 했다. 어제 무대 위에서도재밌었고. '선셋 블러바드' 공연을 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라민, 고은성 배우가 더블 하고 나와 차지연 배우가 출연을 하면 좋을 것 같다(웃음).

ㄴ 라민: 최근에 공연됐던 '선셋 블러바드' 같은 경우는 세트가 웅장하다.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공연하면 이야기에 집중하게, 더 가볍게 왔으면 좋겠다. 이야기, 음악의 힘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면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

ㄴ 애나: 작품 설명을 하자면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하게 된 여배우가 젊고 유명한 남자 작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음악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연 한다면 꼭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과도 비교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팬텀'과 '크리스틴'의 성별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작품 출연에 있어 국적, 인종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문제가 있었지만, 점차 해결되는 추세라고 들었다. 한국 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 같은 건 어떤게 있을지.

ㄴ 라민: 한국 배우들이나 능력, 자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언어장벽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지에서 공연을 하려면 영어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한국 배우들이 그런 부분에서 준비를 하는 건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문제다. 나도 한국 영화, 뮤지컬을 하게 된다면 한국어를 배워야할 것이다. 언어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언어능력'이라는 게 공연을 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을 의미하는지, 혹은 그 이상으로 그 지역의 생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지.

ㄴ 애나: 오페라 작업을 했던걸 예로 들어 말하자면 오페라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 이탈리어로 많이 부른다. 그런 부분에서 이해하고 섬세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작업하고 보여드리는 것에서 문제가 많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연습하고 정진해 나가는게 중요하다.

▲ 라민 카림루-애나 오번ⓒ블루스테이지

요즘 시대적 흐름에서 여성 캐릭터의 역할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몇십 년 전에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역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ㄴ 애나: 일단 캐릭터 같은 경우에 딱 집어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무대 위에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틴' 같은 경우는 마음 속의 깊은 곳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다른 주변 캐릭터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남성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입장에서 보기에도 그런 변화가 느껴지는지.

ㄴ 라민: 오히려 반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만 보더라도 '팬텀'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게 보이긴 하지만 오히려 '팬텀'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진짜 강한 남자 캐릭터였으면 하지 않았을 일들, 크리스틴을 납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팬텀'이 오히려 더 약하고 불안정한 모습이 있다. 그런 그에게 뭐가 옳은지 나쁜지 말해주는 크리스틴 캐릭터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공연 자체에 있는 캐릭터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관객의 몫이다.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페라의 유령'은 아니지만, 예컨대 '미스사이공' 등을 봐도 동양에 대한 판타지라거나, 여성을 억압하는 부분 등이 작품에 녹아있는 면이 있고, 잘 만든 작품인지 아닌지를 떠나 오래된 작품에서 이러한 면모가 많이 보이기에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 질문이다.

ㄴ 애나: 소설 자체는 이미 180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다양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라울'도 강한 이미지는 아니고 이 공연만 하더라도 오히려 여자 위에 군림하려는 남자가 정작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을 더 보시면 '마담 지리' 등 다른 캐릭터도 독립적이고 훌륭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는 다르다.

ㄴ 라민: '미스사이공'을 보더라도 상황 자체가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여성 캐릭터들이 억압을 받고 있을 뿐이지 오히려 거기 나오는 '킴' 같은 경우에는 더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적인 게 그렇다 하더라도 여성들이 더 약한 모습이다 라고 결단 내리기에는 뭔가 두려움이라던가 시대상이라던가 억압받는 상황이라는걸 고려해서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내한 계획이나 미래 활동 계획이 있는지.

ㄴ 라민: 일단 공연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거고, 호주로 가서 애나랑 밴드와 함께하는 콘서트를 가질 것 같다. 후에는 일본에서 '에비타'에 참여하고 그 뒤로는 논의 중이다. 한국에 다시 방문 하려면 제작사에 여쭤보는게 좋을 것 같다(웃음).

ㄴ 애나: 일단 당장은 호주로 돌아가서 두 달 정도 공연에 참여하고 라민과 콘서트를 하고 다시 런던으로 가서 심포니 콘서트를 할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없다.


한편, 앤드류 로이드 웨버 탄생 70주년 기념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5일, 6일동안 남은 4회차의 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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