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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박정기의 공연문화산책] 예술의전당 제작 김민정 작 안경모 연출의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김민정(1974~)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 극작을 전공했다.

작품으로는 <가족의 왈츠> <십년 후> <나, 여기 있어> <해무> <길삼봉뎐> <그 길에서 너를 만나다> <미리내> <너의 왼손>. 각색은 국립극단 <오이디푸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인형의 집(家)> 수상경력은 ’04 제7회 국립극장 신작희곡 페스티벌 당선 <가족 왈츠> ’05 제5회 작은 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희곡 공모 당선 <십년 후> ’07 한국연극 베스트 7선정 <해무>08 서울 아트마켓 선정<해무> 09창작팩토리 우수작 선정 <해무> 12 김민정 희곡집 우수문학도서 선정 14 창작산실 대본공모 당선 등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극작가다.

안경모(1971~)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와 용인대 연극영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원 연출과 전문사 출신으로 현재 극동대학교 교수다. 2006년 제27회 서울연극제 인기상 <내일은 천국에서> 연출, 2007년 한국연극 베스트7 <해무(海霧)> 연출, 2010 <늙은 자전거>, 2011 <살>, <해무>, 2012 <그리고 또 하루>, 2013 <천개의 기억>, 2014 <조씨 고아> 극본 2015 <무협활극 조씨 고아> 극본, 2016 <장수상회>, 2018 <찰리 찰리>를 연출한 장래가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원형극장의 객석처럼 계단이 층층이 배경 왼쪽 가까이 놓이고 오른 쪽은 비어있어 낭떠러지로 설정이 된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도 계단이 설치되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계단처럼 생긴 벤치가 놓였다. 천정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전구가 매달려 있다. 무대 하수 쪽에 통로가 있고, 객석 뒤쪽으로부터 출연자가 계단을 내려오기도 한다. 계단 앞 쪽의 비어있는 공간은 부부의 집 거실,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 길거리 등으로 설정된다.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리는 사람이 많듯 주인공인 노숙자풍의 노인은 자신을 우주에서 지구로 온 인물이나 바이블의 천사로 생각한다. 백발에 눈썹과 턱수염까지 희고, 허름한 가죽 코트를 걸친 채 암전상태에서 등장하고 부분조명이 들어오면 천상에서 떨어져 내려 바닥에 쓰러지는 동작에서 연극이 시작된다. 다음 장면은 급작스런 사고로 하체가 마비된 남편이 환자이동의자를 타고 등장을 하고, 아내가 간병을 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남편은 아내 때문에 다쳤는지 말끝마다 아내를 타박하는 내용이고, 아내는 모습도 음전하고 자애롭게 생겼지만 이런 남편의 행동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돌본다.

장면전환이 되면 청춘남녀가 등장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히말라야 산행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젊은 남성은 천문학을 전공한 듯싶고 우주와 별에 관한 이야기를 미모의 연인인 상대 여성에게 들려준다. 장면이 바뀌면 젊은 남성과 회사를 다니는 그의 친구 그리고 경찰노릇을 하는 친구 등 세 명이 모여 각자의 처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젊은 남성은 미모의 연인과 계속 대화를 펼치니, 친구들은 도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하느냐며, 젊은 남성의 연인은 10년 전 히말라야 산행도중 사고사를 당했다며 정신 차리라고 일러준다. 젊은 남성의 회사를 다니는 친구는 회사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회사부장노릇을 하는 여인에게 수모를 당한다. 회사에서 수모를 당한 친구는 커다란 동물 탈을 쓰고 거리에서 홍보행사를 편다. 환자이동의자에 앉아 성심껏 돌보는 아내에게 불평불만과 타박만 늘어놓은 남편에게 견디다 못해 외출을 한 아내는 우주에서 왔다는 노인을 만나게 되고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다.

젊은 연인 두 사람의 히말라야 산행장면과 암벽등반도중 조난을 당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여인이 스스로 밧줄을 자르고 암벽 아래로 비명과 함께 떨어져버린다. 장면전환이 되면 서로 포옹행사를 벌이는 날로 설정이 되고, 동물 탈을 쓴 친구를 껴안으려고 노인이 다가서니 친구는 남루한 의상과 역한 냄새에 노인을 껴안지 않고 힘껏 차로로 밀쳐버린다. 암전 속에서 자동차의 충돌 음이 효과음으로 들려나온다. 다음 장면은 경찰노릇을 하는 친구가 등장해 노인을 심문하듯 당시상황을 캐묻는다. 노인은 자신이 별에서 왔고 지구상에는 주거지가 없다고 대답을 한다. 경찰은 노인을 치매 노숙자로 생각하게 된다. 경찰노릇을 하는 친구는 노인을 밀쳐 차 추돌사고를 일으킨 친구에게 사고 책임을 물어 수갑을 채운다. 노인과 만난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계속 타박을 하며 가져다 준 물을 아내에게 끼얹으니, 아내도 참지를 못하고 남편에게 물을 끼얹지만 곧 옷을 갈아입힌다. 남편은 자신의 의지로 환자이동의자에서 일어나려 애를 쓰고 드디어 보행까지 하게 되니 남편은 의기양양해 진 모습을 아내에게 보인다. 이것을 본 아내는 이제 남편이 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남편에게 이별을 고하고 집 밖으로 나간다. 아내가 나가버리자 남편은 다시 하체마비 상태로 되돌아가고 아내를 계속 큰소리로 부르지만 아내는 이미 멀리 떠나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대단원에서 노인은 중앙계단 하단에 자리를 한다. 그 때 히말라야 등반도중 사고사를 당한 여인이 노인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노인을 친숙한 듯 대한다. 마치 동반산행을 했던 젊은 시절의 남성연인을 대하듯 한다. 노인도 젊은 여인을 바라보는 모습이 젊은 시절 사랑하던 여인을 바라보던 눈동자다.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앉는 모습에서 휘황찬란한 우주공간의 별빛과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국민배우 최불암이 노인으로 출연해 탁월한 감성연기로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문창완이 회사에서 홀대받는 사원 역, 정찬훈이 하체마비 남편 역, 이종무가 젊은 연인 역, 성열석이 경찰관 친구 역, 주혜원이 참하고 자애로운 아내 역, 박혜영이 젊은 연인 역과 회사 부장 역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도현진, 조명 김영빈, 의상 오수현, 분장 백지영, 음악감독 윤현중, 그래픽 김 솔, 조연출 김병수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 제작 기획 김민정 작, 안경모 연출의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 그리고 기술진의 열정이 출연진의 연기력과 조화를 이루어 작품성과 예술성이 돋보인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