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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자연진화에 물음을 던지다…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허은경 '보태니멀 가든'(Botanimal Garden) 개최

▲ Installation view of Botanimal Garden, ARARIO GALLERY 2018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종로구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5월 10일부터 세포의 이형적 증식과 교합을 통해 유기체에 기이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허은경의 개인전 '보태니멀 가든 Botanimal Garden'을 전시 중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140점의 보태니멀 드로잉 시리즈를 포함하여 전시장 지하의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식물이라는 의미의 '보태닉(botanic)', 그리고 동물의 '애니멀(animal)'을 합성해 부르는 이 '보태니멀(botanimal)' 시리즈는 정형과 이형의 경계, 동물과 식물의 분류, 아름다움과 낯선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한다. 기괴함과 비정형을 배제해 버리는 지구 한 구석에 이들의 자리를 마련해 준 허은경은 한없이 하찮고 부질없어 보이는 생명체들이 주변에 치열하게 적응하려는 모습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특히, 동물과 식물을 교합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허은경의 작업은 생물 분류학(taxonomy)과 맞닿아 있다. 생물의 계통과 종속을 특정 기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인 분류학은 현존하는 모든 생물체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의 진화과정을 밝혀, 생태계 분석의 토대를 마련하는 학문이다.


허은경의 작업에 등장하는 이 생물체들은 기존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켜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고, 이들을 증식, 분열시켜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들이 얽힌 모습을 그려내며 진화 이론에 따라 자연 선택의 결과로 형성된 종들이 갖는 유전적 다양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전시장의 지하에서는 유기체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대형 설치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은사를 뜨개로 엮어 만든 레이스 천막이 하늘을 만들고 땅에는 축축한 이끼를 무덤 위에 키우면서 작가는 실존하는 생명체가 사는 공간이 아닌, 외계의 장소로 관객들을 인도함으로써 우주적 생명력을 전달한다. 이로써 그는 우리가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존재하는 인류, 나아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시간과 운명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허은경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 CA)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패서디나에서의 첫 개인전 'After Myth'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다수의 국내 개인전을 포함해 미국과 한국, 독일, 중국을 오가며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 Installation view of Botanimal Garden, ARARIO GALLERY 2018

applejuice@mhn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