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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홍상수 표'영화 '강변호텔'…홍상수와 김민희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영화제작 전원사

[문화뉴스 MHN 박현철 기자] 홍상수 감독이 어김없이 또 '홍상수 표' 영화를 들고 '연인'인 배우 김민희와 찾아왔다.


오는 27일 김민희가 함께 작업한 여섯 번째 영화이자 홍상수 감독의 스물세 번째 장편 영화인 '강변호텔'이 개봉한다.


시인 영환(기주봉 분)이 강변 호텔에 공짜로 묵는 동안 두 아들 경수(권해효), 병수(유준상)가 찾아온다. 두 아들은 아무 이유 없이 죽을 것 같다는 아버지의 부름에 찾아온 것이다. 아버지가 묵고 있는 호텔에는 상희(김민희)도 묵고 있다. 상희는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뒤 손에 화상을 입은 채로 이곳으로 왔다. 손에는 화상을 입은 채다. 상희와 친한 언니인 연주(송선미)는 상희를 위로하기 위해 호텔로 찾아온다. 영환과 상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다들 각자의 사정으로 삶이 힘들다.


ⓒ영화제작 전원사

'강변호텔'은 홍상수 감독이 등장인물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전형적인 홍상수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술자리에 등장한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집적대는 한편 맛깔나는 대사들도 여전하다.


아들들이 어릴때 영환은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인에게로 떠났다. 그는 "미안함 때문에 같이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유부남과의 사랑에 실패한 상희도 강변호텔로 떠나온 것이다. 상희는 그가 "와이프에게 돌아갔다. 나랑 살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연주에게 털어놓는다.


이 대목에서 실제 연인이자 불륜 관계인 홍상수와 김민희가 떠오른다. 현재 괴로워하는 영환과 상희는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기보다는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대사는 영화 속 등장인물인 영환과 상희뿐 아니라 현실세계의 감독과 배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들린다.


ⓒ영화제작 전원사

영환은 상희와 연주를 만나고선 끊임없이 "정말 아름답습니다"는 말을 내뱉는다. 지나치다고 느껴지도록 반복되는 "아름답다"는 말은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마치 등장인물인 영환의 입을 빌려 연인 김민희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전 작품인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도 작품에 등장하는 김민희를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영화에서는 영화감독인 병수한테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투영해 본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듯한 부분도 있다. 등장인물인 연주의 입을 빌려 꽤 얼굴이 알려진 영화감독인 병수에 대해서 "어중간하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고 말하는 대목은 홍 감독 자신을 평가하는 것으로 들린다.


ⓒ영화제작 전원사

영환은 연주와 상희를 술자리에서 만나 그들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시를 읊는다. 이를 통해 얼마남지 않은 죽음을 느끼면서도 그로 인한 두려움을 동력 삼아 작업을 창조적으로 해내는 예술가의 모습 역시 그려냈다.


눈 덮인 강변 모습은 흑백 화면 덕분에 흑백이 대조되어 더욱 아름답게 그려진다. 특별할 것 없는 등장인물들의 하루가 갑자기 쌓인 눈으로 '우연히' 특별한 사건이 되는 것 역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다. 


'강변호텔'은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제56회 히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17년 3월 불륜을 공식석상에서 인정한 이후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린다. 통상 언론시사회 후 주연 배우와 감독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지만 '강변호텔'은 영화만 상영됐다.


ⓒ영화제작 전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