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캣츠'가 3주간의 앵콜 공연으로 돌아온다.
지난 2017년 여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리모델링 전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됐던 뮤지컬 '캣츠'가 서울 포함 총 14개 도시의 투어를 마친 뒤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돌아온다.
뮤지컬 '캣츠'는 전세계 30개국에서 8천만명 이상이 관람한 명작이다. T.S 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화려한 춤과 세계적인 명곡 'Memory'를 비롯해 환상적인 무대 매커니즘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마법 같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에서도 8번의 프로덕션 동안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흥행력을 과시했다.
오는 27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2월 18일까지 공연될 뮤지컬 '캣츠'의 앵콜 공연이 가능케 한 흥행을 이끈 주역은 누구일까. 바로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 같으면서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배우들일 것이다.
공연을 코앞에 둔 25일 오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역의 크리스토퍼 파발로로, '그리자벨라' 역의 로라 에밋, '럼 텀 터거' 역의 윌 리차드슨을 만났다.
※통역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로 특별한 지칭이 없다면 세 명의 답변이 뒤섞여 있음을 알립니다.
1년 이상 진행되는 장기 투어다. 한국에서도 총 14개 도시를 돌았는데 에피소드가 있는지.
ㄴ 로라 에밋(이하 로라): 부산, 대구, 서울이 제일 좋은 도시였다. 활기차고 가볼만한 곳도 많았다.
ㄴ 윌 리차드슨(이하 윌): 부산에서 밤에 불꽃놀이를 봤던 적이 있다(웃음).
ㄴ 로라:또 하나 좋았던 기억이 도시마다 산에 오를 기회가 있었는데 산에 올라 도시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본 기억은 잊을수 없다. 평생 가져갈 일이다.
ㄴ 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다. 춥긴 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역대 유례 없는 추위를 맞이했다. 고향의 날씨는 어떤지.
ㄴ 크리스토퍼 파발로로(이하 파발로로): 호주는 절대 이런 온도까진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세상에서 제일 추운 날씨다.
ㄴ 윌: 영국도 영하로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ㄴ 로라: 스위스에 몇 번 거주한 적 있는데 이런 날씨엔 옷을 껴입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이런 날씨 때문에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지.
ㄴ 무척 건조하고 히터 때문에 더 건조하다. 그래서 무대에 서면 확실한 차이를 느낀다. 가습기를 틀고 목 주위를 보호하려고 애쓴다. 그외에도 춤을 많이 추는 뮤지컬이기에 웜업을 잘 해두지 않으면 쉽게 다칠 수 있다.
ㄴ 윌: 몸에 붙이는 핫팩도 많이 붙인다. 지금 5개를 붙였다.
ㄴ 파발로로: 몸의 굴곡이 근육이 아니라 핫팩을 붙인 거다(웃음).
▲ 윌 리차드슨 |
새롭게 바뀐 캣츠. 어떻게 변했는지 이전작과 차이를 찾는다면?
ㄴ 일단 가사면에서 바뀐 건 없다. 이전 캣츠는 좀 더 바닥에 붙어있다거나 손을 쓸 수 없다거나 고양이다움을 강조하는 해석이 많은데 이번엔 인간 배우들이 고양이를 연기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배우들에게 좀 더 편하고 연기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메이크업도 이전에는 만화적인 느낌의 들 정도로 강한 메이크업인데 이번엔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바뀌었다. 의상도 날씬해지고 라인을 강조했다. 가발도 부피가 작아졌다. 작품 내용으로는 '거스'와 '젤리로럼'이 부르는 아리아가 달라졌고 '미스터 미스토펠리스'의 춤도 달라졌다. 또한 그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데 이젠 노래를 부르게 됐다. 기본적으론 비슷한 프로덕션이지만 연출에 따라 좀씩 달라진다.
예전 '캣츠'를 봤던 것과 비교하면 관객과 접촉하는 젤리클석이 이전에는 무대와 가까운 자리뿐이었는데 이번엔 거의 극장 전체를 돌아다닌다.
ㄴ 파발로로: 연출도 바뀌고 형식도 바뀌었는데 한국 관객이 특히 고양이와의 접촉, 유대를 좋아해서 유달리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ㄴ 로라: 고양이는 사람의 개인 공간을 존중하지 않기에 '훅' 들어간다(웃음). 관객에게 가까이 가는 걸 좋아하는데 놀라선지 가끔 울 때도 있어서 그럴 땐 바로 빠진다. 아이들의 경우 놀라는 바람에 부모님이 데리고 나가시는 경우도 있었다.
'캣츠'는 배우들이 직접 분장을 한다. 분장을 하며 달라지는 점이 생기는지.
ㄴ 로라: 사람이 하기에 매일 완벽하게 같을 순 없고 계속 변화가 생긴다. 너무 많은 변화를 주는 건 금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해야 얼굴이 돋보이게끔 화장하는지 알 수 있어서 변해가는 건 있다.
이번에 출시된 기념우표를 배우들이 직접 사려고 했다고 들었다. 이런 특별한 MD는 한국에서만 봤나?
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MD다. 프로그램북, CD 등 일반적인 MD는 어디에나 있지만 이런 특별한 MD는 처음이다.
우표도 200만 관객 돌파 기념 MD다. 이런 큰 경사를 맞이한 소감이 있는지.
ㄴ '캣츠' 관객이 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서양에서 넘어온 뮤지컬 시장이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졌고 시장이 성장했다는 지표기에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200만 명 작품이란 사실을 들었다. 무척 영광이고 축하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만큼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공연 끝난 뒤 기다리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 '럼 텀 터거' 인기가 엄청 높아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 윌: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제 역할 때문인 거 같다. '럼 텀 터거'는 즐겁고 장난도 많은 캐릭터고 어두운 면도 있는 작품이지만, 그 안에서 빛과 에너지를 주기에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의상도 '아이코닉'한 편이다. 그래선지 팬들도 사인보단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캣츠'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온 배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로라 에밋 |
해외 투어를 돈다는 것은 배우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고향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ㄴ 투어를 하는 건 힘든 일이다. '윌'은 가족과의 크리스마스, 동생의 21세 생일 등을 모두 놓쳤다. '로라'의 경우에는 자신의 파트너를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직업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고 이 투어를 돌겠다고 사인한 순간 이런 희생을 알고 있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이 많다. 추운날씨도 있고, 희생해야할 것도 있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거나 고향에서 겪지 못할 많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게 좋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돌봐주는 컴퍼니 매니저들이 많은 도움을 줬기에 덕분에 타지 생활이 즐겁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 돌아가면 오히려 업무적으로는 훨씬 힘들게 일해야하기 때문에 이런 걸 즐기고 있다.
넓은 세상으로 떠났다가 초라하게 돌아온 그리자벨라. 하지만 반대로 배우들에겐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ㄴ 돌아가면 가장 먼저 사방에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거에 감사할 것 같다. 그래도 서울은 좀 오래 있어서 길을 찾아다닐 수도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우리는 한국어를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은 영어를 못 할 때도 많았고 길도 어려워서 매순간이 뭔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었다. 투어를 끝내고 돌아가면 친숙한 동네, 길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 같다.
공연이 좀 지루하게 전개되더라도 미스터 미스토팰리스가 나오면 큰 임팩트를 준다. 마법을 쓰는 고양이로서 무대에서 겪은 실수가 있다면?
ㄴ 파발로로: 영업비밀상 밝힐 수 없다(웃음). 다만, 제가 부리는 마법은 다른 많은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는 거다. 많은 부분을 제공받는 것이라고만 이야기하겠다.
ㄴ 윌: '해리 포터'보다 낫다(웃음).
마법을 부려서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ㄴ 파발로로: 어린 팬들도 많지만 그것이 무대 위에서 마법을 보여주는 것 때문에 당연하다면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어린이보다 나이 있는 관객분들이 훨씬 많다. 특히 일본에서 많이들 보러 오신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공연 내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수줍고 내향적인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가 갑자기 무척 외향적으로 마법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걸 이해하고 좋아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2015년 프로덕션에서도 한국에 왔다 다시 찾았다. 다시 오면서 기대했거나 즐긴 점이 있는지.
ㄴ 파발로로: 2015년에도 집이 너무 그리웠지만, 한국에서 사귄 친구나 편의점에서 먹던 주전부리들이 좋았다. 그래서 한국투어 제의가 왔을 때 큰 고민없이 하겠다고 했다.
'귀여워'란 말을 무척 정확히 발음한다(웃음). 많이 들은 것 같다.
ㄴ 윌: 매일매일(웃음).
ㄴ 파발로로: 많이 듣는다. 의상, 메이크업 등 팀에서도 '귀여워'를 연발하고 팬들도 이런 말을 많이 한다. (한국말로)'귀여워', '짱 귀여워'. '세젤귀'?
'미스터 미스토펠리스'가 처음으로 노래 부른다고 했는데 어떤 준비를 했는지.
ㄴ 파발로로: 그동안 노래를 못해서 안 부른 건 아니다. 발레 댄서들이 보통 노래까지 잘하기 힘들기에 이 캐릭터가 은연 중에 그렇게 굳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이전에는 표정 등 제한적으로 연기했던 것과 달리 목소리를 가진 캐릭터가 돼서 훨씬 표현력이 늘고 즐거워졌다.
사람들에게 '호주'와 '뮤지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휴 잭맨' 정도다. 호주의 뮤지컬 시장은 어떤지?
ㄴ 파발로로: 한국 시장에 비해 훨씬 작은편이고 공연 기간도 한두 달 정도로 짧은 편이다. 그래서 한국에 비해서도 적은 숫자의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 들어온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 들어온다 하면 재능있는 배우들, 연기자, 댄서, 가수들이 몇 개 안 되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은 천석 이상 극장만 8곳이 넘을 정도로 뮤지컬 시장이 크지만 반면 대학로 등에선 소극장 공연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한국의 뮤지컬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ㄴ 로라: '빌리 엘리어트'를 오늘 밤 볼 예정이다. 원래 영어 버전 작품을 알기에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한국 공연들은 주로 영어로 된 프로덕션의 뮤지컬들을 봤다.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시카고', '록키호러쇼', '드림걸즈', '시스터액트' 등을 봤다.
▲ 크리스토퍼 파발로로 |
호주에도 한국처럼 소극장이 많은지.
ㄴ 파발로로: 수도에는 주로 대극장들이 많지만, 소극장도 많다. 일반화시키고싶진 않지만 일반적으론 호주 사람들은 뮤지컬보단 스포츠를 좋아한다. 땅은 훨씬 넓은데 인구는 한국의 절반밖에 안돼서 그런 면도 차이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대극장, 소극장 가리지 않고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올린다.
뮤지컬 '캣츠'는 '메모리'를 듣기 위해 보러 간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그리자벨라'의 역할이 큰 편이다. '메모리'를 부르기 어렵지 않은지?
ㄴ 로라: 이미 스스로 무대에 올라가면 그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음을 어떻게 표현한다거나 그런 것보단 어떻게 노래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8개월이나 진행했기에 노래를 부를 때 떨리기보단 목의 근육들이 노래를 기억하는 수준이다.
고양이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본인들을 닮은 고양이 종류가 있다면? 고양이들도 저마다 성향들이 다른데 스스로를 어떤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ㄴ 우리도 연기를 위해 실제 고양이를 보며 참고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 등을 많이 본다. 고양이는 이상한 행동도 많이 하고 재밌는 동물이다. 자부심 있게 행동하다가 느긋하다가, 갑자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면을 지닌 동물이다. 그러나 1차원적으로 구분지을 순 없다고 생각하고 고양이도 저마다의 성격이 있기에 배우들도 고양이들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출적으로도 고양이의 성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디렉션이 있는데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고양이를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성격이 있다. 그런 면이 우리와 닮았다(웃음).
ㄴ 파발로로: 하나 더 덧붙이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무척 내향적이지만, 외향적이기도 하다. 나도 만나보면 수줍고 내성적이지만, 파티에선 술 마시고 무대에 오르고 책상 위에서 춤을 추는 등 무척 외향적인 면이 있어 닮았다고 생각한다.
'캣츠'는 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고 스토리텔링이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라 처음보는 관객이 당황할 수도 있다. 관객에게 조언을 준다면.
ㄴ 기본적으로 스토리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보는데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느긋하게 앉아서 쉽게 쉽게 볼 수 있다. 캐릭터 같은 경우에도 스토리에 좌지우지된다기보단 저마다 다른 캐릭터고, 다른 캐릭터와 보여주는 관계성에 끌릴 수 있다. 원작이 '시'인 작품이기 때문에 원어민에게도 어려운 내용인데 무대, 의상 등을 통해 보기 쉽게 만들어졌다. 볼거리를 보러 오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오픈 마인드'로 오셔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연기해도 기본적으로 고양이 입은 의상을 사람이 연기하는 작품이고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다. 편하게 스펙터클을 보러 오시면 좋겠다.
some@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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