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예

[해랑] 현재 진행형 추억을 만들어줄 god가 부러운 이유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 그룹] god가 <Chapter8.>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음원 차트 상위에 자리 잡았다. 맨 처음 들었던 생각은 '노래가 좋을까?, '아! 돌아왔구나!'라는 궁금증과 반가움이 아니었다. god의 앨범을 보는 순간 나의 마음에는 '아! 부럽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난 god가 부럽다. 아니 god 팬들이 부럽다. 사실 나는 예전 god가 한창 활동을 할 때 god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아니 싫어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god는 분명 노래를 잘했고, 내 타입은 아니었지만 훈훈한 남자들이었으며, 노래도 좋았다. 쭈니 형의 랩은 내가 좋아하는 랩이었고, 곰태우의 가창력 또한 남달랐으며, 손호영의 눈웃음은 여심을 녹일만큼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god를 싫어했다.

아이돌의 수명에 주기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god가 등장했을 즈음 H.O.T는 분명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고, god가 그 덕을 보았든 보지 않았든,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할 때였다는 것을 당시 아이돌을 좋아하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god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적 색깔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god가 가요계를 평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왜인지 god가 H.O.T를 끌어내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고, 또한 god가 H.O.T의 자리를 빼앗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유 없이 god를 싫어했다. 분명 매력적인 그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그 매력을 거부했었다.











god는 활동이 끝나도 멤버들과 안정적인 개인 활동을 해나갔다. 물론 우리 쭈니형은 영화 한 편을 찍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만, god 멤버들의 개인 활동들은 안정되었고, 나름의 성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성과와 매력을 인정할 수 있는 나이가 이들의 개인 활동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god가 다시 뭉쳤다.

사실 H.O.T도 막내 이재원의 전역을 기회로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특히 핫젝갓알지가 활동하는 그 순간 나는 매우 희망이 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H.O.T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 god가 다시 뭉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 이유는 자본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다시 함께 했을 때 그들에게 돌아오는 자본이 그들을 움직이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god가 다시 뭉친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고생, 함께 했던 무대, 함께 했던 시간, 각자의 활동을 하며 느꼈을 외로움, 함께 하면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등, 아마도 이러한 감성적인 것들이 그들을 한자리로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물리적인 이유로, 자본에 의해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꿈을 가지고 감성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god의 결합은 요즘 유행하는 의리 이상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엇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god가 부럽다. H.O.T는 왜 다시 뭉치지 못할까? 그 이유는 god를 뭉치게 한 끈끈함, 감성적인 이유 등이 강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팬으로서 내가 H.O.T에게 가지는 기대와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은 끈끈하다. 그래서 이 나이를 먹고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뭉쳐야 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면 내가 기대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과거를 추억하며 즐거워하는 것뿐이다.

물론 H.O.T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방법을 찾으려 노력이라도 할텐데. 라는 아쉬움은 분명하다.

다시 함께 활동하는 신화가 부럽다. 팬들은 예전과 완전하게 같은 이유로 그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신화를 사랑하고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한다. 신화는 여전히 팬들과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좋은 일이다. 최근 Fly to the sky도 팬들과 추억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들의 결합은 예전의 Fly to the sky가 그랬던 것처럼 소란스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았다. 가수도 팬들도 여전히 애정이 있고 이러한 모습으로 새롭게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이제 god 역시 팬들과 함께 다시 추억과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god라는 이름으로 다시 팬들에게 끈끈함과 유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god 역시 내 과거에 있었던 그룹이다. 이제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더 이상 그들이 밉지 않다. 아이돌의 수명 주기를 이해할 나이가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god가 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god를 통해서라도 나의 과거를 추억하고 싶다. god가 나의 소중한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god의 컴백은 내게만 이렇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god 팬들에게는 더 의미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과거를 다시 추억하게 할 수 있는 계기일 것이다. 비록 내가 열렬히 좋아했던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 하고, 또한 함께 만들어 갈 기회를 준 god가 부럽고 멋있다.




[글] 아띠에터 해랑 artietor@munhawnews.com


팝 칼럼 팀 블로그 [제로]의 필자이며,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 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 것인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말하는 대로 이루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