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기자] 한 사내가 이쪽을 응시한다. 웃고 있지 않은 눈 아래로 사내는 애써 입을 가렸지만 찢어진 붉은 상처는 감출 수 없다. 입가의 상처 때문에 그는 웃을 수밖에 없는 얼굴로 살아가게 된 것일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데, 그가 진정 웃고 싶을 때는 어떻게 웃어야 하는 걸까. 그는 웃는 얼굴과 함께 웃음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뺨 위까지 올라간 날카로운 상처와 깊은 어둠을 보고 있는 듯한 무감정한 눈동자 때문에 ‘웃는 남자’라는 타이틀이 반어적으로 느껴진다.
포스터의 위쪽에는 뮤지컬 ‘웃는 남자’의 시그니처 멘트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한 문장이 적혀 있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충분히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가 전해진다. 작품의 원작이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임을 감안할 때, 당대 영국의 빈민층들이 겪은 고통과 이들을 착취하는 부유층의 탐욕이 사실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짐작된다.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던 17세기 영국, 그윈플렌의 비극적 삶
- 웃을 수밖에 없는 광대와 장님 소녀의 여정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어린이 인신 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기형의 모습을 한 소년을 내버리면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시작된다. 콤프라치코스는 일상이 무료한 귀족들 사이에서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하자, 아이들을 납치해 신체를 훼손하고 귀족에게 팔아넘기는 만행을 자행한다. 콤프라치코스가 칼로 얼굴을 그어 평생 웃을 수밖에 없는 광대로 살아가게 된 그윈플렌. 작품은 그윈플렌과 그녀의 남매이자 연인인 장님 소녀 데아의 여정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작품은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다양한 무대 기술과 독창적인 무대 디자인으로 빈민층과 귀족의 삶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17세기 영국을 재현할 예정이다. 특히 인신 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어린 그윈플렌을 항구에 버려두고 출항해 바다 위를 표류하는 장면과, 버림받은 그윈플렌이 매서운 눈보라 속을 정처 없이 헤매다 어린 데아를 만나는 장면은 섬세한 무대예술로 완성되어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놀랄만한 광경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체 등장인물, 무대 구성 담은 스토리 영상 공개
- 화려한 캐스팅, 1차 티켓팅 매진 기록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4월, 1차 티켓 오픈을 앞두고 ‘웃는 남자’의 전체 캐스팅과 무대 구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토리 영상을 공개해 주목을 끈 바 있다. 공개된 스토리 영상은 배가 폭풍우 속에서 난파당하는 프롤로그 장면부터 카니발 공연장, 가든 파티장, 귀족들이 있는 상원 회의장을 차례로 보여주며 작품 속 등장인물과 대표적인 대사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특히 중간에 등장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나이는 실제 무대 위에서 주인공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존재로 등장할 바이올리니스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화려한 캐스팅에도 주목할 만하다. 그윈플렌 역에는 박효신, 박강현, 수호가 우르수스 역에는 정성화,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데아 역에는 민경아와 이수빈, 조시아나 공작부인 역에는 신영숙, 정선아가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 4월 24일에 진행된 1차 티켓팅에서는 박효신, 엑소 수호가 출연하는 회차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EMK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7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7월 10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pd@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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