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대표)] 이해성은 극단 고래의 대표, 작가 겸 연출가다.
2008년 백수광부 정기공연 <고래>作/연출.2009년 백수광부 정기공연 <고래>作/연출[박근형 연출], 2011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개막작품 <살>作, 2012년 대학로예술극장 ‘봄 작가, 겨울무대’ <치유>연출, 2012년 남산예술센터 <사라지다>作/연출, 2013년 대학로예술극장 <빨간 시>作/연출,
2014년 대학로 자유소극장 <불령선인> 작 연출, 2015년 <불량청년> 작 연출, 2017년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를 설치하고 <불량청년> 등을 공연했다.
수상경력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당선 <남편을 빌려드립니다>, 2007년 제10회 신작 희곡페스티벌 당선 <고래>, 2008년 밀양 연극제 희곡상 <고래>, 200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활성화 사후지원금 선정 <고래>,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 선정, 2010년 전국문예회관 연합회 주최 창작 팩토리 우수연극제작 지원 선정 <살> 2016년 <불량청년>으로 서울연극인대상 등을 수상했다.
<빨간 시>는 일제시대 13세의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노릇을 했던 사실을 평생 숨겨온 할머니와 성 접대 사건으로 재작년에 자살을 한 어느 여배우를 함께 등장시켜 일본군의 만행과 고위직의 성적 타락을 한 기자의 입장에서 고발한 연극이다.
무대는 배경 전체와 하수 쪽까지 망사막을 치고, 그 뒤로 상여를 운구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보이고, 기자노릇을 하는 손자의 혼령이 보이기도 한다. 하수 쪽 망사막 뒤로 여러 그루의 나무가 조형물처럼 자리를 잡고 그 앞에 평상이 놓여있다. 무대 오른쪽에 대청마루 끝부분이 집안과 연결되는 것으로 설정되어있고 휘장이 드리워져있다. 상여의 소형조형물이 등장하고, 꽃으로 장식된 양산을 출연자들이 들고 등장을 해 율동을 펼치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음이 객석에 감지된다. 잡지사 기자인 손자가 등장하고, 할머니의 치매 증세에 역정을 내지만, 손자에게는 항상 춤추는 모습의 여인의 환상이 그의 행동거지마다 동반해 떠오른다. 손자는 여배우 자살사건에 연루되어 외출을 않고, 동료기자가 찾아와도 일체 만나지를 않고,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만 읽는다. 어머니만 기자를 대하고 기자의 닦달에 심정이 상하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오고, 만삭의 몸으로 누이도 기일에 맞춰 친정으로 온다. 그런데 기자가 급사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죽은 지 3일이 다 되어 가는데도 할머니의 제지로 손자의 시신에는 손도 대지 못하게 해, 장례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 좌우에 옥황여제와 염라대왕이 백색과 흑색의 의사차림으로 등장을 한다. 옥황은 탁월한 미모의 여인이고, 염라는 의젓하고 근엄한 남성으로 설정이 된다. 저승사자는 남성이다.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옥황과 염라 앞에 대령한 손자가 조사과정에서 착오로 할머니 대신 연행되어 온 것으로 밝혀진다. 염라국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난다. 저승사자의 잘못이기는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실수로 죽은 사람이 바뀌어 연행되어 온 것에 대한 자책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염라와 옥황간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자못 흥미롭게 연출된다.
한편 손자의 사망순간, 치매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게 된 할머니는 기억력을 회복하고, 소녀시절 대갓집 도령을 연모했던 일과 과거 위안부시절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동료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해 내고 호명을 한다.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위안부시절에 낳은 자식에게 소녀시절 연모했던 도령의 성을 가져다 붙이고, 도령의 기일을 할아버지의 기일이라 정한 할머니의 비밀 또한 객석에 알려진다.
기자 한 명이 또다시 들이닥쳐 어머니와 누이에게 동료기자인 손자의 행방을 묻는 모습이 불량스럽기까지 해, 모녀가 분노를 터뜨리기도 하지만, 사장의 호출로 기자는 되돌아간다. 누이는 급작스런 산기로 해 어머니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이때 아들이 등장해 할머니에게 연분홍 살구꽃을 전한다. 할머니는 아들이 가져온 아름다운 꽃 때문이었는지, 손자의 시신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굳게 다져먹었던 마음을 살포시 열어놓고, 아들 등에 업혀 손자의 시신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곧이어 할머니의 죽음이 객석에 전해진다. 손자의 혼령은 망사막 뒤에서 가족들의 행동을 계속 지켜본다.
대단원에서 옥황이 할머니 운구 상여의 앞장을 서 숙련된 가창력으로 소리를 하고, 염라와 사자들의 행렬 그리고 조그만 상여 조형물이 그 뒤를 따른다. 방에서 나와 운구 뒤를 따라가는 할머니와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손자가 서로 엇갈려 지나가면서 죽은 손자는 살아남게 되고 할머니는 저승으로 떠나는 것으로 연극은 마감을 한다. 살아남은 손자의 옆에는 춤을 추는 형상의 여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부활한 손자는 기자생활에서의 한 여배우를 자살로 몰고 간 죄책감과 자신의 주위를 춤추듯 배회하던 그 여배우의 환상을 한편의 시로 펼쳐 보인다.
종장에서 할머니가 여가수의 모습으로 등장해 연극의 도입에 웅얼거리며 부르던 모습과는 달리 꽃으로 장식된 양산을 든 인물들의 율동과 함께 분홍색 가발을 쓰고 약동하는 모습으로의 할머니의 열창은, 손자의 부활처럼 또 하나의 생명체의 부활과 약동으로 느껴지는 명장면이다.
할머니로 강애심, 아버지로 유성진, 어머니로 조두리, 딸로 변신영, 손자로 이요셉, 옥황여제로 변민지, 염라대왕으로 오찬혁, 여배우로 오한나, 춤추는 여배우로 김혜진, 사내로 신장환, 여기자로 이은주, 실장으로 김지훈, 저승사자로 박현민, 그리고 안은혜, 문종철, 임미나, 한상욱, 정다정, 송하늘 등 출연자 전원의 극 분위기 창출과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극에 심취토록 만들고 갈채를 받는다. 다만 할머니의 독백장면에서 정지된 모습으로 대사만 하는 것보다는 손동작을 곁들이면 훨씬 좋으리라는 생각이다.
장원경이 할머니, 이대희가 아버지, 최선화가 옥황여제, 이명신이 염라대왕 역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무대 서정인, 조명 김성구, 음악 김동욱, 영상 윤형철, 사진 이지락, 안무 박이표, 의상 더블 스토리, 액팅코치 김동완, 연희코치 제희찬, 그래픽디자인 김소희, 드라마트루크 이단비, 조연출 남기현 이지은, 기획총괄 이송이, 기획 안영주 이사랑 박윤선 김태양 한아름 최수정 김혜진 사형명, 오퍼레이터 김태양 임다은 사현명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광진문화재단(사장 김용기)과 극단 고래 제작 이해성 작 연출의 <빨간시>를 한편의 걸작 서사극으로 만들어 냈다.
press@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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