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0일 오후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뮤지컬 '쿵짝2-얼쑤(이하 얼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번 프레스콜은 '판당(판소리하는 당나귀)' 역의 박정은, 이성희를 필두로 '메밀꽃 필 무렵' 편의 '허생원' 역 권태진과 강인대, '동이' 역 윤정훈과 김상두, '동이 모(母)' 역 이은영과 강지혜, '봄봄' 편의 '나' 역 김대웅과 이상택, '장인' 역 김유성과 최광제, '점순' 역 김현지와 박진, '고무신' 편의 '남이' 역 박한들과 이설, '엿장수' 역 이원민과 조현식까지 18명의 배우들이 '쿵짝'과 마찬가지로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를 선보였다.
뮤지컬 '얼쑤'는 '쿵짝2'라는 이름대로 '쿵짝'에 이어 또 다시 한국 근현대 단편소설 세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어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시킨 작품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봄', 오영수의 '고무신' 세 작품이 '사랑'이라는 공통된 테마로 엮였다.
우선 우상욱 연출은 "이번에는 첫사랑,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저희 홍보 문구에 보면 '만나게 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오묘한지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를 설명했다.
우 연출은 이어 "한국 단편소설이 읽으면 읽을수록 참 좋다. 수능 잘 보려고 주제나 줄거리를 외울 땐 지루하고 재미 없었는데 서른이 넘어 다시 읽으니 '이렇게 재밌는 걸 학교 다닐 땐 몰랐을까' 싶었고 이걸 재밌게 만들어서 청소년들에게 우리 문학이 재밌단 생각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쿵짝'과 '얼쑤'를 만든 과정에 대해 밝혔다.
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세 개를 꼽은거라 '쿵짝'을 워낙 좋아한다. 그런데 광주 초연 때 관객분들이 '쿵짝'보다 '얼쑤'가 더 재밌다고 하시니까 뭔가 기분이 묘했다"며 웃었다.
▲ 우상욱 연출
우 연출의 바람대로 단편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동백꽃', '운수 좋은 날' 세 가지를 엮어 만든 '쿵짝'은 다른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사랑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무대 위에 담아냈고, 그 결과 관객들의 호평 속에 성공적으로 초연과 재연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원작이 되는 소설만 다른 '쿵짝2'에 그칠 수도 있었던 작품인 '얼쑤'는 민요와 판소리를 뮤지컬에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았다. 흔히 생각하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식의 느낌도, 우리나라에서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으로 대표되는 고음과 성량이 빛나는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라 국악을 베이스로 해 다양한 장르의 느낌이 섞인 독특한 음악이 뮤지컬 전반을 아우른다. '악사'로 불리는 키보드(박슬아, 김민지), 고수(황상은), 피리(천성대, 김수연), 가야금(최효진)이 함께하는 악기 구성 역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에 대해 정원기 음악감독은 "우선 대학로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러가면 늘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좀 무리수를 두고 라이브로 하자고 연출님께 제안드렸는데 흔쾌히 그래주셔서 선물 받은 느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히며 "작품의 결이 따듯하고 소박하지 않나. 그래서 어울리는 소리결을 어떻게 찾을까 했는데 가야금과 피리 연주자 등이 이야기와 호흡한다는 측면이 좋았고 고수가 단순히 반주가 아니라 이야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이야기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이야기를 꾸렸다"고 라이브 연주를 하는 악사들과 함께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 정원기 음악감독
또 판소리하는 당나귀 '판당'은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나귀 역할을 하면서도 '쿵짝'의 닭보다 한층 진해진 캐릭터성으로 극의 흐름을 이끈다.
배우 박정은은 이에 대해 "'판당'이 개개인의 장기나 이런 면보다는 셋이 거의 하나의 인물처럼 표현하기 위해 합이 무척 중요했다. 서로 말도 없이 보기만 해도 딱딱 떨어지게 연습하다보니 그날그날 공연의 컨디션에 따라서 기복이 심해져서 그걸 맞춰가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전했으며 이성희 역시 "마치 메두사처럼 몸은 하나고 머리만 나눠진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셋이 계속 갈 수 있게 하는 게 마지막 남은 숙제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색다른 작품이 된 '얼쑤'지만 뮤지컬 '쿵짝'과 '얼쑤'는 하나의 큰 줄기를 공유한다. 바로 '사랑'이다. '쿵짝'이 사랑에 울고 웃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얼쑤'는 사랑이 바탕이 돼 일어난 여러 이야기와 감정에 주목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하룻밤 사랑을 나눈 뒤 헤어진 그녀를 잊지 못하던 '허생원'이 자신의 아들로 보이는 '동이'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봄봄'은 키 작은 '점순'을 아내로 맞으려 하는 데릴사위 '나'가 '점순'의 키가 크지 않아 결혼시켜줄 수 없다고 버티는 '장인'과 다툰다. '고무신'은 '고무신'을 통해 풋풋한 사랑을 키우려던 '엿장수'와 '남이'가 아버지의 명으로 한 순간에 헤어지게 되며 겪는 먹먹함과 그리움을 담아낸다.
우상욱 연출은 이에 대해 "제가 개인적인 취향으로 공연을 봤을 때 가장 감동받거나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세 가지였다. 사랑, 웃음, 슬픔"이라며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공연으로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밝혔다.
우 연출은 이어 "'쿵짝'도 그래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동백꽃', '운수 좋은 날'로 그 세 가지를 표현했다면 이번에도 '메밀꽃 필 무렵'의 사랑, '봄봄'의 웃음, '고무신'의 슬픔을 표현하려 했다"고 각 소설이 극에서 담당하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설명했다.
또 "얼마나 재밌는 소설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운 건 뮤지컬이라 노래와 춤을 어디에 잘 섞고 특히 민요와 판소리로 하려니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음악감독님과 그 부분에서 계속 회의하면서 고민했다. 그리고 아리랑이란 우리나라 대표적인 곡을 어떻게 잘 넣을까. 어떻게 하면 식상하지 않게 넣을까 해서 모든 아리랑을 들어보며 고민했다. '밀양아리랑'은 '날 좀 보소'라는 구절, '상주아리랑'은 떠나보내는 이야기. '해주아리랑'은 작품 전체에 통하는 '아리아리 얼쑤'가 있어서 넣었는데 다행히 잘 들어갔다"며 이야기가 음악과 조화를 이룬 과정을 소개했다.
한편, 우상욱 연출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컴퍼니'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는 "하고싶은 작품이 너무 많이 생겼다"며 "제가 15년 정도 배우를 하다 '쿵짝'으로 첫 연출을 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제가 생각하던 상상 속의 무대가 실제로 펼쳐지고 그게 상상 이상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얻으니까 그 기쁨이 배우로 무대에 설 때 이상의 큰 보람이 있더라. 관객들이 남긴 '집에 가서 책을 다시 읽었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인지 몰랐다' 등등의 관람평을 보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한국 역사, 문화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실 약간 난독이 있어서 서른 이전에는 장편소설도 못 읽고 책도 거의 못봤다. 그런데 배우는 연기 잘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단편소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너무 재밌어서 뒤늦게 이런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며 여기가지 왔다"고 연출로 데뷔하고 '우컴퍼니'를 만든 과정을 밝혔다.
우 연출은 "우컴퍼니는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했는데 '우'에서 '우리'를 찾았다"고 말하며 "우리의 소리, 우리의 문학, 우리의 음악, 역사, 사건 등을 무대에 잘 펼쳐서 알려주는 컴퍼니로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언급했다. 뮤지컬 '얼쑤'의 중간에 보면 '판당'들이 '소나기'라고 적힌 두루마리를 잠시 꺼내지만 다시 집어넣는다.
우 연출은 이에 대해 "사실 '소나기'를 하려 했지만 원작자가 세 가지 이야기 중 하나에 끼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며 허락 안 해주셨다. 각색도 안 좋아하셔서 다음 번에 아예 하나의 작품으로 '소나기'를 해볼까 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황순원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며 작품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며 차후 작품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국의 것들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우컴퍼니'는 어떤 배우들과 함께할까.
우 연출은 "제가 에너지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원래 '장인' 같은 역할은 실제로 나이가 있는 배우들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제가 배우들을 고생 많이 시킬 거라고 생각해서 젊고 실력 있는 배우들과 좋은 무대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첫 번째가 인성이다. 같이 지방 공연을 많이 다니고 어울리려면 트러블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력, 노래가 중요하다"며 '우컴퍼니'의 철학이 캐스팅에서부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얼쑤'의 팀 분위기는 화목해 보였다. 팀에서 막내라고 밝힌 박한들 배우는 "막내지만, 언니 오빠들이 잘 대해주셔서 부담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연출님도 감각이 젊으시고, 같이 즐겁게 놀면서 하는 분위기였다"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대웅 배우 역시 "제가 좀 까불었는데도 형님, 누나들이 잘 케어해주셔서 작품이 통통 튀는 매력이 생긴 것 같다"고 거들었다. 박진 배우는 "지방(공연)이 엄청 기대된다"며 대학로 공연 이후를 기대하기도 했다. 가장 늦게 합류했다고 밝힌 김유성 배우는 "먼저 다가와주셔서 편하게 녹아들었다. 안 해본 장르를 하게 됐는데 연출님이 챙겨주셨고 배우들도 부족한 점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해서 재밌었다"며 '얼쑤'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끝으로 '엿장수' 역으로 열연을 선보인 조현식 배우는 '쿵짝'과 '얼쑤'에 대해서 우선 "원작의 힘이 크다. 그래서 연기하다보면 저희가 감동받는다. 명작이 이래서 명작이구나 싶다"고 두 작품의 공통점을 밝히며 "저희가 예를 들면 소설에 없던 '닭'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등 여러가지 재미를 가지고 '쿵짝'을 채워 넣었다면 '얼쑤'는 노래와 춤을 많이 넣었다. 이 인물이라면 정말 이런 상황에서 아름다운 노래와 춤을 했겠구나 싶어서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나고 재밌었다. 제가 '벌에 쏘였나' 같은 노래를 언제 불러보겠나. 우상욱 연출님이 유일하게 저를 멜로 시켜주시는 분이다"라고 위트 있는 마무리와 함께 작품의 서로 다른 장점을 밝혔다.
이들의 말대로 뮤지컬 '얼쑤'는 '쿵짝'의 좋은 점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함과 재미를 찾았다. '얼쑤'는 단순한 '쿵짝2'가 아니라 앞으로 '마블'이나 'DC'처럼 계속해서 한국의 정서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우컴퍼니 유니버스'가 생긴다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작품이 아닐까. 오는 6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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